솔직히 말하면, 왼쪽 아랫배가 아플 때 딱 잘라 원인을 떠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배가 아프면 보통은 ‘체했나’, ‘배탈인가’부터 생각하게 되는데, 이 부위 통증은 생각보다 범위가 넓습니다. 장일 수도 있고, 소변 문제일 수도 있고, 여성이라면 생리나 난소 쪽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괜히 하루 이틀 참고 버티다 더 불안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왼쪽 아랫배 통증을 어떻게 아픈지, 어떤 상황에서 시작됐는지 기준으로 하나씩 정리해봅니다. 병원 진단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 이건 그냥 넘길 건 아니구나” 혹은 “조금 지켜봐도 되겠네” 정도의 기준은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럴 땐 병원 가는 것을 미루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래 상황에 해당하면 집에서 참기보다는 진료를 먼저 생각하는 편이 낫습니다.
- 갑자기 시작된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 경우
- 누르거나 움직일 때 확실히 아픈 지점이 있는 경우
- 열, 오한, 식은땀이 같이 나는 경우
- 구토가 반복되거나 물도 못 마시겠는 경우
- 피가 섞인 변, 검은 변이 나오는 경우
- 소변 볼 때 통증이나 혈뇨가 있는 경우
- 임신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하복부 통증과 출혈이 있는 경우
왼쪽 아랫배 통증이라고 다 같은 복통은 아닙니다. 특히 염증이나 결석, 여성 질환은 타이밍을 놓치면 오히려 치료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묵직하고 더부룩한 느낌이라면: 가스, 변비, 과민성 대장
왼쪽 아랫배가 아프다기보다는 답답하고 꽉 찬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배가 부른 것도 아닌데 빵빵하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남아 있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 가장 흔한 원인은 변비나 가스입니다. 대장은 왼쪽에 S자 모양으로 꺾이는 구간이 있어서 가스나 대변이 머무르면 불편감이 잘 생깁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식사 시간이 불규칙한 사람에게서 더 자주 나타납니다.
특징을 보면 이렇습니다.
- 배변을 하면 통증이 조금 줄어듭니다.
- 통증보다는 불편함, 압박감에 가깝습니다.
- 트림보다는 방귀가 잦습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는 경우에는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나타나기도 하고, 긴장하거나 잠을 못 잔 다음 날 유독 왼쪽 아랫배가 예민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쥐어짜듯 아프면서 설사가 있다면: 장염 가능성
배가 쥐어짜지듯 아프고 화장실을 여러 번 가게 된다면 장염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특히 음식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전날 먹은 메뉴를 떠올려보면 힌트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염일 때는 통증이 계속 유지되기보다는 파도처럼 왔다가 조금 가라앉기를 반복합니다. 설사, 메스꺼움, 미열이 같이 나타나는 경우도 흔합니다.
다만 설사가 멈추지 않거나, 열이 높게 나고, 피가 섞인 변이 보인다면 단순 장염으로 넘기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검사로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누르면 아프고 열이 난다면: 게실염
왼쪽 아랫배 통증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원인이 게실염입니다. 대장 벽에 생긴 작은 주머니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데, 주로 좌측 하복부 통증으로 나타납니다.
이 통증의 특징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 특정 부위를 누르면 확실히 아픕니다.
- 둔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통증입니다.
- 미열이나 식욕 저하가 같이 옵니다.
게실염은 집에서 진통제로 버티는 병이 아닙니다. 증상이 의심되면 병원에서 검사 후 치료 방향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옆구리에서 시작해 아래로 내려오는 통증: 요로결석
왼쪽 아랫배가 아픈데 가만히 있어도 편한 자세가 없고, 통증이 왔다 갔다 하면서 강도가 세다면 요로결석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통증은 옆구리에서 시작해 아랫배, 사타구니 쪽으로 내려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변 볼 때 따갑거나, 소변 색이 평소와 달라지는 경우도 동반됩니다.
결석 통증은 참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통증이 심하면 진통 치료가 필요합니다.
여성이라면 꼭 확인해야 할 부분
여성의 왼쪽 아랫배 통증은 장 문제로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산부인과 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 배란 시기에 한쪽 아랫배가 콕콕 아픈 경우
- 난소 낭종으로 인한 묵직한 통증
- 생리 전후로 반복되는 하복부 통증과 골반 통증
- 갑작스럽고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식은땀, 구토가 동반되는 경우
특히 임신 가능성이 있는 상태라면 자궁외임신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시간을 끌 이유가 없습니다.
움직일 때 더 아프다면: 근육이나 자세 문제
의외로 복근이나 골반 주변 근육 때문에 왼쪽 아랫배가 아픈 경우도 많습니다.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찌릿하거나, 몸을 비틀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근육이나 신경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눌렀을 때 특정 지점이 아프고, 휴식을 취하면 점점 나아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정리해보면
왼쪽 아랫배 통증은 단순한 배탈부터 염증, 결석, 여성 질환까지 원인이 다양합니다. 중요한 건 통증의 세기보다 양상과 동반 증상입니다.
- 가볍고 일시적인 불편감이라면 생활 패턴을 돌아볼 필요가 있고
- 통증이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병원에서 확인하는 게 맞습니다.
몸에서 보내는 신호는 대부분 이유가 있습니다. 왼쪽 아랫배 통증도 마찬가지입니다. 괜히 참다가 더 불안해지느니, 상황에 맞게 판단하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해결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