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다 보면 문득 눈 밑이나 턱 끝, 혹은 귀 가장자리에서 유난히 길고 하얀 털 한 가닥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처음엔 무심코 지나치지만, 조명 아래서 반짝이는 그 흰털이 자꾸 시선에 걸리면 결국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거 그냥 뽑아야 하나?” 오늘은 그런 순간을 경험한 분들을 위해, 얼굴이나 몸에 긴 흰털이 왜 생기는지, 뽑아도 괜찮은지, 그리고 관리 방법까지 현실적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얼굴과 몸에 흰털 한 가닥이 생기는 이유
색소 세포의 부분적 기능 저하
모든 털은 모낭에서 자랍니다. 털의 색은 모낭 속 멜라닌세포(멜라노사이트)가 만들어내는 멜라닌 색소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세포가 손상되거나 노화되면 멜라닌 생산이 줄고, 색소가 없는 흰털이 자라게 됩니다. 중요한 건, 이 현상이 몸 전체가 아닌 일부 모낭에서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다른 털은 멀쩡한데, 유독 특정 부위에 흰털이 생기는 겁니다.
특정 모낭의 성장기가 길어짐
털은 자라는 주기(성장기)와 쉬는 주기(휴지기)가 반복되며, 이 주기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런데 어떤 모낭은 성장기(anagen phase)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져 털이 유독 길게 자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마침 멜라닌세포 기능이 저하된 모낭이라면? 색은 흰데 길고 튼튼한 털이 툭 튀어나오는 일이 벌어집니다.
자외선, 마찰, 생활습관
얼굴, 귀, 목 부위는 자외선에 자주 노출됩니다. 여기에 반복되는 스킨케어, 면도, 마스크 마찰 등이 더해지면 멜라닌세포가 손상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 흡연, 수면 부족, 영양 불균형 등도 멜라닌세포 기능을 약화시키는 요인입니다.
스트레스와 자율신경 영향
2020년 Natur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강한 스트레스가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하면 모낭 내 멜라닌 줄기세포를 고갈시킬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멜라닌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흰털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아직 사람 대상 연구는 부족하지만, 스트레스가 탈모나 모발 변화에 영향을 주는 건 이미 여러 논문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2. 흰털, 뽑아도 괜찮을까?
한두 번 뽑는 건 괜찮습니다
일시적으로 눈에 거슬리는 흰털 한두 가닥을 청결한 핀셋으로 조심스럽게 뽑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피부가 예민한 부위라면 자극 후 붉어짐이나 통증이 생기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복적인 뽑기는 피해야 합니다
같은 자리를 자주 뽑다 보면 모낭이 반복적으로 손상되고, 염증이나 모낭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그 부위의 피부가 과잉 반응해 털이 더 굵게, 빠르게 자라거나 색소침착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다듬기
흰털이 거슬린다면 소독된 작은 가위로 조심스럽게 잘라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면도기나 제모기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피부 자극이 심한 부위에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3. 흰털을 줄이기 위한 생활습관 팁
자외선 차단 철저히 하기
자외선은 멜라닌세포의 DNA를 손상시켜 색소 합성을 방해합니다. 특히 귀, 턱, 콧망울 주변도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발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멜라닌 생성 돕는 영양소 섭취
- 비타민 B12: 부족하면 흰머리, 흰털이 늘어날 수 있음
- 구리(Cu): 멜라닌 합성 효소인 티로시나제(Tyrosinase)의 보조 인자
- 아연(Zn), 비오틴: 모낭 건강 유지에 필수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밤 11시~새벽 2시는 멜라닌 생성과 세포 재생이 활발한 시간입니다. 충분한 수면과 명상, 가벼운 운동 등은 교감신경의 긴장을 줄여 모낭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4. 자주 묻는 질문들
Q. 흰털 하나 뽑으면 세 개 더 난다는 말, 진짜인가요?
아닙니다. 모낭 하나에 털은 하나만 자랍니다. 단, 뽑은 자리에 자극이 가해져 털이 더 굵고 빨리 자라면서 ‘많아진 것처럼’ 느껴질 수는 있습니다.
Q. 귀에서만 흰털이 자주 납니다. 왜 그럴까요?
귀는 자외선에 노출되기 쉬운 부위이면서, 노화나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귀에 털이 굵고 길게 자라는 건 흔한 현상입니다.
Q. 갑자기 흰털이 자주 나기 시작했습니다. 병원 가야 할까요?
대부분은 정상적인 생리현상입니다. 하지만 피부가 붉게 변한다든지, 흰털이 다발적으로 생기고 가려움이 동반된다면 피부과 상담을 권합니다.